프로모터 블로그,

2015 올림피아 그리고 카이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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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주 오래전에 카이와 밥을 두어 번 먹은 것 외에는 친분이 없음을 먼저 밝힌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외모나 퍼포먼스와 달리 굉장히 차분하고 친절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2015 올림피아 한두 달 전부터 카이가 불참한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그냥 루머라고 생각했었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내 시합도 중요했지만 올림피아는 결코 빠질 수 없는 대회이기에 아시아 그랑프리 준비를 대충 마치고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현지에 도착해서 업계의 친구들을 만나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어쨌든 카이가 출전하지 않는 건 기정사실이 된 것 같은데 자칫 폭망 할 수도 있는 올림피아의 분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 걱정이 앞섰다. 물론 나와는 직접적으로 상관은 없는 일이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회이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최근 몇 년간 필 VS 카이의 대결 구도로 올림피아가 많은 관심을 얻고 인기 몰이를 하고 있었고 이런 비유가 맞지 않겠지만 선과 악, 빛과 어둠 같은 구도로 둘의 대결이 만들어져 갔기 때문에 가장 유력한 경쟁자 카이가 없는 필은 앙꼬 빠진 팥빵처럼 느껴졌다. 물론 숀 로든이나 덱스터 같은 뛰어난 선수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필에게는 커녕 카이를 따라잡기에도 벅찬 수준의 차이가 있다. 카이의 많은 팬들은 올림피아와 IFBB PRO 협회를 비난하며 SNS 상을 뜨겁게 달궜고 세계 각지에서 카이를 보러 라스베이거스로 온 사람들은 카이가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올림피아, IFBB PRO 협회는 물론 필에게까지 비난을 퍼붓는 일이 벌어졌다.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사태는 점점 심각해져 갔고 닐 힐과 나는 그 상황을 보면서 카이가 빠졌으니까 다른 올림피아 선수들 모두 순위가 하나씩 올라가겠군 하며 농담도 했었지만 올림피아를 누구보다 아끼는 우리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닐 힐 역시 이 사태의 진실을 알지 못했고 우리는 함께 탐정처럼 돌아다니며 업계 사람들을 탐문하였으나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심지어 필 조차도 모르고 이 사실을 아는 건 올림피아 프로모터, IFBB PRO 회장, 카이 그리고 카이 쪽 사람들 등 극소수만 알고 있었고 외부에 발설되지 않았기 때문에 궁금증을 지나쳐 음모론으로 펼쳐졌다.

카이의 팬들은 올림피아와 IFBB PRO 협회에서 카이가 올림피아를 우승할 것 같으니 출전을 못하게 한 거라는 추측을 그대로 표출했고 SNS 상에서 팬들은 카이가 진짜 챔피언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러던 찰나에 이 사건을 더 폭발시키는 동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카이가 눈물을 흘리며 올림피아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영상을 SNS 상에 올렸고 이제 사태는 더 걷잡을 수 없었다. 카이의 팬들은 필의 SNS 에 욕설과 비하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급기야 필이 계정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카이의 팬들은 카이의 영상에 걷잡을 수 없이 분노를 올림피아와 IFBB PRO 협회에 표출을 하던 중에 급기야 카이는 또 다른 이슈를 만들어버렸다. 올림피아 기자 회견이 열리는 시간에 팬과의 만남을 한다고 라스베이거스의 시티 애쓸레틱 클럽이라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팬미팅을 제안해버린 것이다. 그건 명백히 올림피아를 겨냥한 의도된 행동이었고 닐과 나는 카이가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느끼고 지금 이 상황이 모두 의도된 걸 직감했다. 얼마 전카이가 눈물을 흘리며 울린 영상에는 올림피아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지만 시기와 상황을 잘 이용해서 흐느끼는 모습을 올리면서 마치 올림피아에 나가고 싶지만 나가지 못한 피해자인 것처럼 비치게끔 이용했다.

 

(카이는 영상에서 올림피아의 불참에 대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고, 올림피아 직전에 이처럼 흐느끼는 영상을 올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는 카이가 불이익을 당했다고 추리하는 게 자연스러운 논리이고 카이는 여론 조성을 위해 이 영상을 계획했다고 본다. 하지만 카이는 직접 얘기한 게 없으므로 영상으로서 잘못의 유무를 따질 순 없지만 의도된 행동이었다면 도덕적 비난은 받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판단의 몫은 팬들에게 있었으나 그 어느 누구라도 올림피아와 IFBB PRO 협회에 탄압받은 피해자 코스프레로 연관 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시기와 비주얼의 영상이었다. 만약 카이가 다른 이유로 흐느끼는 영상을 올린 거였고 진정으로 올림피아와 IFBB PRO 협회를 존중했더라다면 자신이 올림피아에 출전하지 않은 이유를 떳떳이 밝히고 라스베이거스에 온 팬들을 비롯한 모든 참석자들에게 좋은 시간을 보내라는 메시지를 전했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올림피아를 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흐느끼는 영상 하나는 절묘하게 시기와 보이는 모습이 맞아떨어져 그 누구라도 연관 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의도된 행동이었다. (나중에 나와 닐은 모든 정황을 다 알고 의도된 영상에 대해서 분노했다)

심지어 사진처럼 카이가 올림피아와 IFBB PRO 협회에서 출전을 금지당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으면서 카이는 어떤 해명이나 언급도 하지 않았다.

 

(평소에 사진을 잘 찍지 않아서 사진 촬영은 젬병이라 폰카 초점도 흔들리고 사진이 엉망으로 나왔다)

이제 올림피아의 판은 혼란스러워졌고 드디어 올림피아 기자회견 시간이 다가왔다. 닐 힐과 나는 올림피아 측의 배려로 기자회견 시작 전에 입장을 할 수 있었고 여러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드디어 올림피아 프로모터 로빈의 모습이 보였다. 로빈은 기자회견 엠씨 데니스 제임스, 올림피아 엠씨 밥 치케릴로와 진행에 대해 지시를 내리며 상의를 하는 중이었는데 중요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올림피아의 두목 격인 프로모터라는 중책을 가진 미스터 올림피아의 수장이기에 이 모든 사태의 논란과 비난에서 피해갈 수 없었고 올림피아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올림피아를 대표해서 홀로 화살을 다 받는 듯 보였기에 좀 안쓰러웠다.

올림피아 기자회견에 대한 이야기가 끝났는지 세명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로빈은 나를 보더니 겸연쩍은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나는 지쳐 보이지만 애써 웃어 보이는 로빈에게 진지하고 안쓰러운 다가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악수 대신 로빈을 꼭 안아줬다. 그리고 “just two more days! brother” 라며 이제 이틀만 고생하면 된다는 의미로 한마디 했더니 환한 웃음을 지었다.

기자 회견이 시작되고 올림피아의 엠씨 밥 치 케릴로 가 카이의 불참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했다. 카이는 올림피아나 IFBB PRO 협회 쪽으로부터 징계나 출전 금지를 받은 게 아니고 단순히 올림피아 출전 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전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올림피아 선수들에게 질문을 하는 차례가 왔고 서커스에서나 볼 수 있는 우스꽝스러운 녹색 정장을 입은 데니스가 필에게 카이의 불참에 대해 물었다. 필은 자신 만만한 챔피언답게 “다른 싸인은 잘 하면서 왜 올림피아 출전서에는 싸인을 안 하냐며 카이를 무시하는듯한 말을 하고 이 자리에 수많은 뛰어난 선수들이 올림피아를 위해 모두 모였으니 이제 곧 열릴 올림피아에 관심을 가져달라”라는 말을 하자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카이의 올림피아 불참 사건의 내막, 미스터 올림피아 프로모터 로빈의 인터뷰 with FLEX 매거진

2015년 올림피아에 카이 그린이 출전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3년간 올림피아 우승자에게 주어진 샨 도우 트로피를 향해 도전했었고 연달아 올림피아 2위를 차지한 뛰어난 선수 카이가 본인의 SNS에 올림피아를 출전하지 않는다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올림피아를 출전하지 않는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말을 했지만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는 밝히지 않았기에 자세한 상황을 더 알아보고자 미스터 올림피아 로빈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의역입니다)

 

FLEX: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하겠습니다, 카이 그린이 2015년 올림피아에 출전 금지를 당한 건가요?

로빈: 전혀 아닙니다! 카이는 4월부터 자신의 의지로 올림피아 출전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6년간 올림피아를 출전하기 위한 똑같은 일(출전 계약서 싸인)을 하지 않았을 뿐 올림피아 날짜 외에는 올림피아가 달라진 게 없습니다. 만약 그가 출전 금지를 당했다면 왜 우리가 출전 계약서를 카이에게 보내겠습니까? 그리고 올림피아 엑스포에도 출입이 금지되었다는 말들이 있는데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FLEX: 하지만 카이가 올림피아 며칠 전인 최근 올린 영상을 보면 마치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벌어진 일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올해 초만 해도 전혀 그런 문제는 없어 보였고요. 혹시 다른 문제들로 인해서 카이가 올림피아 출전을 하지 못한다고 느끼게끔 하는 문제가 있었나요?

로빈: 지금껏 항상 올림피아 출전의 결정은 카이에게 달려 있었습니다. 진짜로 올림피아 출전을 원했다면 지난 6년 동안 해왔던 것처럼 올림피아 출전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제게 보냈으면 됐습니다. 한 달 전 카이의 매니저와 마지막으로 연락을 했을 때만 해도 올림피아 불참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고 그 이후로 연락을 한 적이 없습니다.

 

FLEX: 선수들이 미스터 올림피아 대회에 출전 자격이 주어지면 출전 계약서에 싸인을 해야 하는 데드라인 같은 게 있나요? 그리고 모든 프로 대회가 동일하게 적용이 되나요?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계약의 절차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로빈: 일반적인 IFBB PRO 리그 대회의 규정은 대회 일주일 전까지 출전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프로모터에서 보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올림피아는 일반 프로 대회들과 규모와 준비 기간 자체가 길기 때문에 약간 달라요. 선수들이 올림피아 출전 자격이 생기게 되면 바로 출전 계약서에 싸인을 해서 보내달라고 요구를 하죠, 그래야 대회 포스터나 홍보용 마케팅 이미지 등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아무리 미스터 올림피아 출전 자격이 주어졌다 하더라도 출전 선수가 출전 계약서에 싸인을 하지 않으면 저희는 대회 포스터나, 홍보 이미지, 광고 등 어느 것에도 사용을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팬들이나 티켓을 예매하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고 자칫 소송으로 연결될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한 가지 명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선수들의 출전 계약서는 IFBB PRO 리그 대회들과는 완전히 다른 미스터 올림피아에 출전하는 올림피아 그 자체의 계약서입니다. IFBB PRO 리그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지만 사실상 IFBB PRO 리그 대회들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죠.

 

FLEX: 만약 출전 계약서를 제출해야 할 날짜가 지났을 때 다른 조치의 방법이 있나요?

로빈: 카이의 출전 계약 데드라인은 5월이었지만 카이가 기간 연장을 요구했습니다, 간혹 선수들 개인 사정에 의해서 계약 날짜를 연장 요청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카이에게 7월 초까지 출전 계약서 제출 데드라인을 연장해줬고 다른 선수들에게 하는 것처럼 개인적으로도 카이에게 여러 번 연락해서 잊지 않도록 재차 상기시켜줬습니다. 뿐만 아니라 카이의 매니저, 여자 친구 심지어 스폰서에게까지 연락해서 출전 계약서 날짜를 꼭 지키도록 얘기했습니다. 게다가 카이에게 출전 계약서에 싸인을 하지 않으면 출전은 물론 대회 포스터나 홍보용 이미지 같은 마케팅에 필요한 곳에 사진을 아예 넣지 못한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습니다.

 

FLEX: 그럼 올림피아 출전 선수들이 모두 참여하는 애쓸릿 체크인 하루인 오늘(인터뷰 당일)까지 카이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나요?

로빈: 지금까지 카이로부터 아무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습니다. 카이는 뛰어난 보디빌더이고 카이가 올림피아에 출전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미스터 올림피아의 비즈니스적으로 봤을 때 카이를 뺀다는 건 정말 어리석은 일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카이처럼 많은 팬을 거느린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올림피아를 출전하지 않는 걸 결정한 건 카이 자신이었고 다른 선수들은 출전을 결정했을 뿐입니다. 카이가 올림피아를 불참하더라도 다른 183명의 미스터 올림피아 출전 자격을 얻어 출전하는 선수들을 위해서 이번 주말 올림피아는 계속됩니다!

 

위의 인터뷰는 지금까지 로빈이 공식적으로 했었던 대중을 위한 인터뷰였고 나는 궁금해서 내 대회를 마친 다음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카이의 불참 사건에 대해서 물어봤다. 지금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는 이유는 카이가 더 이상 올림피아의 출전은 하지 않을 거라는 소식과 올림피아는 출전하지 않더라도 빠지지 않고 출전하던 아놀드 클래식마저 출전하지 않는 걸로 판단되어 일부 한국 팬들에게라도 선수로서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을 것 같아서 밝히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글쓰기 힘들어서 더는 알려주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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