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대회에서는 선수들의 출석 체크와 간단한 회의를 하는 애쓸릿 체크인이라는 게 있다. 애쓸릿 체크인은 보통 아침 일찍 하는데 지금껏 세 번의 대회 모두 롯데호텔 28층 미팅룸에서 치러졌다. 그리고 복잡한 일을 하는 건 아니고 다음날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 확인하고 서로 인사하고 대회가 어떻게 진행된다는 간단한 브리핑 정도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대회 때 선수들의 입장 순서와 어떤 게 필요한지 대회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서 선수들과 다 같이 미팅을 하기 때문에 가끔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작년 대회 때는 프로 선수들이 8명이 출전했고 이번에는 24명이 출전을 하니까 정확히 출전 선수가 3배 늘어났다. 작지 않은 미팅룸인데 우리 선수들로 꽉 찬 데다가 본인 외에 가족이나 외국에서 함께 온 지인도 데려온 터라서 더 북적였다. 모자란 의자는 옆 미팅룸에서 가져와 가까스로 자리를 만들고 미팅을 시작했다. 첫 대회 때는 전혀 경험이 없는 나 대신 우리 대장 로빈이 미팅을 진행했었고 작년부터 내가 진행을 했기 때문에 그리 어려울 건 없었다. 우선 기본적인 선수들의 출석 체크부터 시작한다.

 

원래 이번 대회 출전 선수가 총 30명이었는데 올림피아 직후 건강이 안 좋아져서 출전 못한 보디빌더 가이 시스터니 노, 비키니 선수 스테이시 알렉산더를 비롯해 6명이 기권을 해서 이번 대회는 24명으로 치르게 된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만 모인 이 자리가 너무 뿌듯하고 마냥 고맙다. 이 기분은 대회를 열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선수 미팅을 마치고 아시아 최고의 IFBB PRO 대회가 내일 치러진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이 라인업으로 대회를 재미없게 만들면 난 프로모터 일을 그만두겠노라고…..

첫 대회 때부터 삼 년간 빠짐없이 참석하는 미스터 올림피아 보디빌딩 212 5 연속 챔프 플렉스 루이스를 비롯해 3년 개근 중인 호세 레이몬드, 데이브 헨리는 이제 가족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출전하는 대한민국 보디빌더의 맡형 김준호 선수를 비롯해 아시아 출신 최고의 보디빌더 히데 형, 있는 듯 없는 듯 너무 조용하고 사람 좋은 마크 덕 데일 형, 멀리 쿠웨이트에서 날아온 칼리드, 내 고향 호주 출신 샘 모하매드, 작년 올림피아 아마추어 월드 그랑프리를 차지해서 이번 올림피아 출전권을 받았으나 비자 문제로 미국에 가지 못해 올림피아를 출전하지 못하고 아시아 그랑프리로 직행한 바박, 이름 발음하기가 너무 어려웠던 러시아의 세르기 #%$#%$, 마지막으로 한국의 남은이 까지 보디빌딩 선수들은 모두 체크가 끝났다.

 

이번에 처음 열리는 피지크 부문은 미스터 올림피아 2위 3 위급의 라이언 테리와 제이슨 포스톤의 출전으로 대회의 퀄리티를 충분히 높여줄 것 같다. 사실 피지크 부문이 좀 우스운 에피소드가 많다. 지난주 올림피아에서 아쉽게 1점 차이로 2위를 차지한 라이언 테리, 올해는 순위가 떨어졌지만 지금껏 올림피아 3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던 여자들에게 인기 만점인 제이슨 포스톤, 단 4주의 다이어트로 올림피아를 출전한 라이언 힌튼, 아마추어 시절 라이언 테리의 라이벌이었던 장신의 데니스, 미군으로 프로 피지크 선수를 병행하는 안드레, 울베린 모습을 하고 나타난 마리오, 미국에 있을 때 베니스 골드 짐에서 자주 봤던 소방수 윌리까지 모두 모였으나 출전 예정이라며 한국에 있다고 연락 왔던 안드레 선수가 출석하지 않았다. 나중에 안드레 선수가 애쓸릿 미팅을 불참했던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밝혀진다.

지난해 챔피언 쟈넷은 여전한 미모를 뽐내며 올해도 참석했고 올림피아 챔피언이 되어 돌아온 코트니 킹, 그리고 올림피아 2위 안젤리카 테세이라까지 비키니 라인업 또한 만만치 않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브리나 마티네즈, 뉴질랜드 최초의 IFBB 프로 비키니 선수 시나 제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캐나다 한인 교포 루시 킴까지 모두 모였다.

출석 예정인원 총 24명 중 23명 출석, 헤드 심판 샌디 윌리엄슨 씨는 조금 전까지 보였다가 사라지고 대장님 로빈은 오늘 오후에 오기 때문에 애쓸릿 미팅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내가 진행했다. 가벼운 농담과 인사를 하면서 화기 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드디어 선수들의 출전 순서를 결정할 때가 왔다. 프로 대회는 크게 두 가지 분위기로 시작한다. 첫 번째는 약하게 시작하면서 점점 분위기를 올리는 경우, 두 번째는 처음에 흥을 돋우는 선수를 출전시켜 분위기를 올려서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시작을 부드럽게 하는 방식으로 택하고 우리나라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샘 모하매드를 1번 순서로 결정했다. 그리고 당연히 마지막은 전년도 챔프 플렉스, 피지크 순서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뒤에 두 명은 제이슨과 라이언으로 순번을 정했고 모두 이견이 없었다.

 

이제 마지막 순번을 정해야 하는 비키니 부문이 딜레마다. 전년도 코리아 그랑프리 챔프 쟈넷과 지난주 올림피아 챔프 코트니 사이에서 누가 마지막에 등장하는지에 고민을 했을 때 코트니가 자꾸 웃으면서 자기가 마지막에 출전하고 싶다고, 쟈넷이 전년도 챔프인걸 알지만 작년에 자기가 첫 번째로 출전했으니 올해는 마지막에 하고 싶다는 귀여운 핑계를 대며 부탁을 했다. 나로선 전년도 챔프 쟈넷에 대한 배려를 해야 했기 때문에 쟈넷에게 양해를 구하고 쟈넷, 코트니 순으로 순서를 정했다. 이로서 진짜 끝내주는 라인업이 모두 완성되었다.

아무리 같은 프로 선수들끼리라도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색함을 풀어주고 함께 의견을 나누는 애쓸릿 체크인은 진짜 좋은 제도라 생각한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요청할 사항을 따로 이야기할 필요 없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서로 요구 사항을 이야기하고 동의하면 그대로 결정짓는 다수의 의견에 따르기 대회 중에 선수들끼리 협동심도 생긴다. 이로서 애쓸릿 미팅은 끝이 났다.

PS: 결석한 한 명의 피지크 프로 안드레 선수는 잠실 롯데 호텔에 오지 않고 소공동 롯데 호텔에 묵으면서 아침 8시에 다른 호텔 28층에서 우리들을 한참 찾았다는 웃픈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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