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간 대회 전후로 너무 많은 일들이 흘러갔던 터라 어디부터 글을 써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간략하거나 너무 소소한 내용들은 나중에 올리기로 하고 선수들의 입국 현장부터 시간별로 차근차근 써야 할 것 같다. 글을 올리는 동안은 기억들을 모두 꺼내느라 머리를 쥐어짜겠지만 메모리가 사라지기 전에 빨리 글로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작년 대회 때는 IFBB PRO 선수들이 총 8명 출전했었는데 이번 대회 때는 작년보다 3배가 늘어난 24명이 출전을 했기 때문에 진짜 살인적인 스케줄을 짜고 챙겨야 할 부분이 많았다. 사실 출전 선수가 30명이었는데 갑자기 출전을 포기한 선수와 올림피아 직후 컨디션 저하로 출전을 취소한 선수들이 빠져서 총 24명이 출전했다. 사실 아시아에서 대회를 한다니까 자기 정도면 상위권에 오를 줄 알고 신나는 마음으로 출전 신청했다가 라인업을 보고 나서 출전을 드롭한 선수도 있었다.

아시아 그랑프리에 출전하는 대부분의 IFBB PRO 선수들은 올림피아에 출전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9월 셋째 주 토요일까지 시합을 마치고 일요일까지 올림피아 공식 행사 등을 끝낸 후 각자의 집에 돌아가 하루 이틀 정도 쉬고 짐을 다시 챙겨서 한국으로 출발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서 출전하는 선수들이 많은 경우 입국 날짜가 한 번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올림피아 마치고 라스베가스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한국으로 날아오는 선수들도 있다. 이렇게 선수들의 입국 날짜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입국 스케줄을 맞춰서 배웅하는 게 꽤나 골치 아픈 일이다. 사실 공항에 내가 직접 나갈 필요까지는 없지만 지난 2년 동안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국이라는 먼 나라에 비행기를 12시간 이상 타고 날아온 선수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조그만 환영의 표시라고나 할까.

 

9월 22일 목요일, 오늘은 프로 선수들이 가장 많이 도착하는 날이다. 미스터 올림피아 보디빌딩 212 챔피언을 다섯 번째 쓸어버리고 한국으로 바로 날아온 플렉스 루이스, 새로운 올림피아 비키니 챔프, 코트니 킹, 올림피아 피지크 2위를 차지한 라이언 테리 등 올림피아에서 각 부분의 최고의 성적을 낸 선수들은 물론 호세 레이몬드, 히데타다 야마기시, 데이브 헨리, 마크 덕 데일, 쟈넷 라유, 제이슨 포스톤, 라이언 힌튼 등 오늘 도착하는 선수만 해도 15명이라서 정신 차리고 모두 다 챙겨야 한다. 공항에서 한 명이라도 빼놓고 호텔로 오게 되면!@#$%^&* 상황이 벌어진다.

올림피아의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한국으로 날아온 우리 선수들이 공항에서 한 명 한 명씩 보이기 시작했다. 쟈넷이 보이고 제이슨 포스톤이 보이고 라이언 테리, 데이브 헨리까지 만났다. 이제 십 분 후면 도착하는 비행기에는 플렉스 사단과 마크 덕 데일이 탑승하고 있어 우리들은 서로 반가운 인사와 포옹을 하며 곧 도착할 선수들을 기다렸다.

 

얼마 후 플렉스 사단과 코트니, 마크 덕데일이 도착을 했고 프로 선수들도 올림피아 때문에 서로 정신이 없었던 터라 공항에서 만난 선수들끼리 인사를 하고 포옹을 했다. 덩치의 선수들과 주변 시선 올킬하는 비키니 선수들이 하나둘씩 뭉치자 공항 입국장은 우리들로 꽉 차게 되었고 주변 사람들도 신기한 듯 계속 쳐다봤다. 이제는 서로들 너무 익숙해서 마치 일 년에 한 번씩 열리는 동창회에서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었다. 마크 덕데일은 너무나 귀엽게 생긴 딸과 함께 왔는데 지긋한 미소를 지으며 딸 메디슨 때문에 이번에 한국으로 시합하러 오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선수들끼리 경쟁을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시합장에서만이다. 프로 선수들 답게 밖에서 만큼은 모두 친구 동료이다. 이런 점이 사실 너무 맘에 든다.

히데 형이 원래는 플렉스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어야 했는데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바로 다음 비행기를 타게 되어 한 시간 반 후에 도착한다 하여 어쩔 수 없이 히데 형의 배웅은 정필이 에게 맡기고 이미 온 선수들을 데리고 잠실 롯데호텔로 향했다. 25인승 버스에는 미스터 올림피아 챔프 두 명과 2위 선수 한 명을 비롯해 세계 최고의 올림피아 선수들이 총집합해 있었는데 내가 벌인 일이지만 참 신기했다.

 

우리들은 한참 막히는 퇴근 시간에 인천 공항을 떠나 잠실로 향했는데 극도로 피곤한 선수들은 잠이 들었고 나머지 선수들은 웃고 즐기며 농담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호텔로 왔다. 여기서 피지크 선수인 제이슨 포스톤과 라이언 힌튼의 덤 앤 더머 콤비가 탄생되었는데 그 둘은 얼마나 유쾌하고 성격이 좋은지 말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다. 조각 미남의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너무 털털하고 성격 좋은 제이슨과, 다른 올림피아에 출전하는 피지크 선수들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올림피아를 4주만 준비하고 출전했다는 라이언 힌튼은 완전히 분위기 메이커였다. 막힌 올림픽 대로를 거의 나왔을 때쯤 버스 뒤에서 자고 있었던 보디빌더들은 자가 깨서 배고프다고 울먹이며 언제 도착하냐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는데 호텔 건물을 확인한 후 이내 표정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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