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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그랑프리 티켓은 왜 비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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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대회를 처음 준비할 때 진지하게 준비를 하거나 구체적인 계획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티켓 금액조차 정하지 않았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티켓을 얼마에 할 거냐는 질문들에 그냥 생각 안 해봤다고 답했는데, 티켓 금액에 대한 반복된 질문들을 받을수록 티켓 금액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올림피아 선수들이 다 오니까 크고 멋진 대회를 기대했었다. 기존 대회들보다 훨씬 크고 멋지게 해서 커다란 이슈가 될 거라 기대를 했지만 난 애초에 그럴 생각이 없었다.

대회가 커봤자 잘 만들 자신도 없고 일만 많아지고 귀찮을 것 같아서 그냥 작게 하기로 마음먹었고 이런 결정을 주변 사람들은 많이 아쉬워했다. 코리아 그랑프리에 출전하는 플렉스나 히데, 애슐리 이런 선수들이 분명히 각 분야 최고의 선수들이고 멋진 무대를 만들어주는 게 맞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동네 친구 느낌이라서 별로 특별한 느낌이 들지 않아서 대회를 그냥 소규모로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냥 대회는 작은 규모로 열기로 결정했고 티켓 가격을 정하는 일만 남았다.

 

티켓을 정할 때는 딱 두 가지를 고려했다. 첫 번째는 그냥 보통 일반적인 보디빌딩, 피트니스 대회 중 하나라는 느낌보다는 진짜 이런 게 수준이 다른 IFBB 프로 대회라는 걸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두 번째는 친구나 주변 지인을 응원하러 오는 일반적인 대회가 아닌 진짜 대회를 보고 열광하고 놀라움과 흥분이 넘치는 대회를 만들고 싶었다. 이 두 가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선수 친구들이나 서포터가 아니라 진짜 돈을 지불하고 대회를 관람할 관객이 필수적이었다. 왜냐면 선수 서포터나 지인으로 관객을 채우면 그 선수 무대가 끝나면 대부분 대회에 관심을 갖지 않거나 입상하지 못하면 같이 대회장을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돈을 지불하고 티켓을 구매해서 입장하는 관객이라 하더라도 관객을 진짜 열혈 마니아들로 채우기 위해서는 티켓 가격의 장벽을 둬서 얼마를 지불하던 아깝지 않다고 느낄 정도의 진짜 마니아를 추려야 했다. 그래서 결정한 첫 대회의 관람 가격이 일반 Guest 12만 원, VIP 15만 원이었다.(올해는 18만 원, 20만 원이다) 내 주변 사람들은 티켓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경악했다. 왜 그리 비싸냐고 다른 대회들은 티켓이 얼마인 줄 아냐며, 심지어 그 싼 티켓 값도 내기 싫어서 아는 사람 찾아서 그냥 막 들어간다며 무조건 망할 거라 말했다. 그중에 일부 진짜 마니아 몇 명은 그 가격도 싸다며 자기라면 삼십만 원 해도 무조건 간다는 말도 했다. 자신이 힘들 때 진짜 친구가 가려지는 것처럼, 공연이나 이런 대회 관람은 티켓 금액의 장벽으로서 진짜 마니아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격을 내리고 사람들을 더 많이 받으라는 말들을 많이 들었지만 그건 내 의도와 전혀 맞지도 않을뿐더러 사람이 많아지면 귀찮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아 하기 싫었다. 한마디로 난 올 사람만 오라는 배짱이었다. 어차피 손해 볼 거 알고 시작했는데 한 사람도 티켓 사서 안 와도 괜찮다, 나 혼자라도 객석에서 본다 라고 생각하니 티켓에 대한 아무 걱정이 없었다. 그리고 적지 않은 티켓 가격을 지불하고 온 관객에게는 내가 올림피아에서 처음 느꼈던 그 감동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좀 지질한 거 같지만 올림피아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좋아서 흘리는 눈물도 아니고 슬퍼서 흘린 눈물도 아니었다. 무대를 보는데 그냥 눈물이 났었다. 일반적인 대회처럼 우승한 선수가 무대에서 혼자 우는 눈물이 아닌 관객에게 감동을 줘서 울리는 대회를 만들기고 싶었다.

다행히도 첫 대회 때 모든 티켓이 매진되었고 두 번째 대회는 대회가 한 달이나 남은 시점에서 18만 원 하는 VIP 티켓이 모두 매진되어서 대기 예약을 받는 상황까지 벌어졌었다. 내가 나름 자랑스러운 건 지금껏 단 한 장의 초대권이나 무료입장이 없었다는 사실과, 대회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을 심심치 않게 본 것이다. 코리아 그랑프리의 티켓에 관한 방침은 올해도 내년도 그리고 십여 년 후에도 계속 이어질 계획이다.

 

여담이지만 코리아 그랑프리에는 국내에서 잘 나가는 나름 유명한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그 정도 운동을 해서 성적을 거둘 정도면 진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보디빌딩/피트니스 마니아라 생각되는데 그들의 모습은 전혀 볼 수가 없다. 다른 대회장 가면 알아주고 사진 찍자고 해달라는 사람들이 많은데 코리아 그랑프리에는 그저 관객 중 한 사람이 될까 봐서 그럴까? 그래도 국내에서 유명 선수인데 티켓을 돈 주고 구입하는 게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서 그럴까? 개인적으로 프로 대회를 싫어한다거나 아쉽게 대회 날짜에 스케줄이 안 맞는 거라고 하기엔 우연치고는 너무 많은 선수들이 공통된 반응이다.

로니를 세종대왕보다 훌륭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필 히스를 브래드 피트보다 더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구경조차 오지 않는 이유가 뭔지 정확한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다, 어쩜 협회에 눈치가 보인다는 핑계로 스스로와 주변에 합리화를 할지도….. 어쨌든 난 열혈 마니아들이 빠짐없이 모두 다 같이 기회가 왔을 때 즐겼으면 한다. 코리아 그랑프리에 관람을 온 이상 그 어떤 유명 선수도 관객의 한 명이고 운동을 하지 않는 마니아도 관객의 한 명이다. 물론 나도 관객의 한 명일 뿐이다.

운동을 그렇게나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로니 형이 한국에 왔는데 진짜로 관심이 없을까? 필 히스가 운동하는 게 안 보고 싶을까? 플렉스랑 롯데월드 가기 싫을까? 닫힌 공간은 운동하는 체육관이면 충분하다, 마음은 열고 살았으면 좋겠다.

 

IFBB PRO 대회를 열고 올림피아 정상급 선수들을 이 정도 데려와서 수지타산 맞추려면 티켓이 최소 50만 원은 되어야 한다. 단순히 대회 상금이나 운영적인 부분만 비용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대회 기간 동안 코리아 그랑프리에서 사용하는 롯데호텔의 방이 30개이다. 롯데 호텔에서 방 30개를 5일간 사용해서 150일을 1박당 20만 원으로 계산하면 숙박비만 대강 3천만 원이다. 물론 식사비나 교통비 등 아무것도 포함되지 않은 비용이다. 그래서 사실 티켓 가격을 1만 원으로 해서 종합 운동장 인원 정도로 받거나 20만 원 해서 수천 명을 받지 않는다면 대회의 운영적인 측면에서 큰 손실은 피할 수 없다.

 

미스터 올림피아 보디빌딩 212 부문 4 연속 챔프 플렉스 루이스, 비키니 올림피아 2위 쟈넷이 출전하고, 올림피아 5연패 현 챔피언 필 히스가 게스트로 오고, 보디빌딩의 제왕 로니 콜먼이 보디빌딩 포징 구령을 넣어주고 심사를 보는 대회가 코리아 그랑프리의 수준이다. 그래서 열혈 마니아들과 일반 마니아, 그리고 호기심으로 오는 사람들이 섞인 다수를 위한 대회보다는, 진짜 열혈 보디빌딩 피트니스 마니아들이 일 년에 한 번 참가하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 지금도 계란 프라이에 밥을 비벼 먹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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