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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대기실에 서포터를 입장시키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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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시합장을 몇 번 가보질 않아서 우리나라 시합장의 문화를 잘 모른다. 사실 문화라고 하기엔 거창한 말인 것 같고 그냥 성향 정도로 표현하는 게 좋겠다. 내가 경험했던 우리나라 시합장에서의 선수 대기실과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 건물 주변은 너무 어수선한 전쟁터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자기 시합 차례가 아니면 시합 자체를 관람하지 않는 선수들이 꽤나 많았던 것이었다.

선수 대기실은 말 그대로 선수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대기하는 곳이다. 지인들, 후배들 우르르 데려와서 부채질하고 서로 패를 갈라서 신경전을 하는 곳이 아닌 선수들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내가 맞는지 틀렸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선수 대기실의 정의는, 출전하는 선수들끼리 만나서 동료로서 서로 인사하고 긴장도 풀어주며 시합에 오르기 전까지 대기하는 곳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 외부의 사람들은 입장을 시키지 않는다. 간혹 선수 대기실에 서포터가 못 들어오면 탄은 누가 발라주냐고 묻는 선수들이 있다. 서포터 없이 대회도 못 치를 정도라면 대회는 출전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 이런 룰을 용납하지 못하면 내 대회가 아닌 다른 대회 가서 얼마든 서포터 데리고 눈에 힘주고 센척하면서 신경전을 하든 말든 하고 싶은 대로 하기 바란다.

 

탄은 선수 대기실에 있는 동료 선수들에게 부탁하면 되고, 긴장되면 주변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긴장을 풀면 된다. 지인들 우르르 데려와서 자기들끼리 모여서 시합 때무대에만 쏙 오르고 내려오는 그런 행동들은 내 대회에서는 용납 못 한다. 모든 선수가 무대에 올라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힘들게 다이어트하고, 많은 노력을 하고 기대를 하면서 대회를 출전한다. 만약 서포터가 허용되었을 때 주변 지인들이 사정으로 인하여 함께하지 못한 경우에는 혼자서 있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을 즐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당신은 혼자인데 주변 선수들은 모두 지인들 데리고 와서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하고 기다리고 있다면 어떤 심정을 느낄 텐가. 시합장 그리고 선수 대기실에서 만큼은 그 어떤 선수도 공평해야 한다.

시합을 마친 후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시합을 마치면 주변은 모두 쓰레기장이 된다. 먹고 버린 바나나 껍질, 과자, 빵 부스러기, 튜빙 밴드, 여기저기 벽에 묻어있는 탄 자국 등 조금 과장하면 전쟁터보다 더 심한 쓰레기장이 된다. 대회를 마친 후의 청소는 누구 몫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떠나는가. 입상한 선수는 기분 좋아서 그냥 가고, 입상 못한 선수는 기분 나빠서 그냥 가면 청소는 누가 하나.적어도 자신이 발생시킨 쓰레기 정도는 치우는 게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 생각한다. 한두 명 혹은 실수로 조금의 쓰레기 정도는 남기고 갈 수도 있지만 대회장의 모습은 그런 실수 정도가 아니다. 자신의 몸뚱이를 훌륭하게 만드느라 초등학생도 생각할 수 있고 실천하는 기본적인 매너를 잃어버린 건가 싶다. 초등학생도 소풍 가서 그런 행동들은 하지 않는다.

 

나는 개인적으로 선수들에 을 잘 알지 못하고 연락처를 알고 있는 선수조차 손에 꼽을 정도로 인간관계가 얕다. 누군가 나를 알아봐 줄 필요도 없고 내게 인사 같은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난 오히려 더 불편하다. 진짜 그럴 수만 있다면 앞에서 나서지도 않고 아무도 모르게 대회 준비하고 그냥 관중석에서 관람하고 싶다. 출전하는 선수나 관객들에게 바라는 한 가지가 있다면, 초등학생이 하는 수준의 도덕성이라도 가지고 시합에 출전하거나 시합을 관람했으면 한다. 유치원생들도 쓰레기를 버리면 나쁜 거라는 걸 알고, 줄을 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안다. 이런 기본적인 도덕조차 따르지 않는 선수나 관객이라면 코리아 그랑프리에 출전하거나 관람 오지 말고 다른 대회 가서 맘껏 하고 싶은 대로 하기 바란다. 거창한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매너를 갖췄으면 할 뿐이다.

내가 선수들에게 바라는 마지막 한 가지는, 시합 때 자신의 차례가 아니라면 선수 대기실이나 시합장 외부가 아닌 관중석에 앉아서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해줬으면 한다. 응원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자신의 시합 차례만 기다리고 시합 마치면 사라지고 시상식 때나 나타나는 선수는 정말 보기 좋지 않다. 얼마나 이기적인 행동인지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금방 알 것이다. 자신의 시합 때 그런 경험을 느끼고 싶지 않으면 본인부터 남의 시합을 존중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내가 이런 것까지 강요하는 건 너무한다 할 수도 있지만 조금이나마 다른 선수들을 존중하고 동료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같은 시합에 출전한 다른 동료 선수들의 대회도 함께 참관하는 게 옳은 건 아닌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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