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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그랑프리 D-3 로니 형 한국 입성기

아시아 그랑프리 D-3 로니 입성기

오늘은 로니 형이 코리아 그랑프리를 위해 한국에 오는 날이다. 오후 4시 30분 비행기로 도착을 하기 때문에 입국 심사와 수화물을 찾는 과정을 거치면 5시 조금 넘어서 나올 것 같아서 강남에서 3시 반에 출발을 했다. 오~ 쉣! 올림픽 대로에서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흥분도 잠시, 시간은 충분했기 때문에 맑은 하늘을 보며 느긋하게 운전했다. 하지만 조금 후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준형이와 농담을 하면서 운전을 하다가 인천공항 고속도로에 진입했어야 했는데 지나쳐 버린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행주 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를 타고 자유로 쪽으로 향해서 드디어 인천공항 고속도로에 진입을 하게 되었다. 올림픽 대로에서 정체와 공항 고속도로 진입로를 지나치면서 30분은 허비한 것 같았다. 어느새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늦지 않으려고 부랴부랴 액셀을 미친 듯이 밟았다.

 

인천 공항 여객 터미널이 눈 앞에 보이는 순간 로니 형에게 전화가 왔다 ㅠㅠ

로니: 어디야? 지금 나왔는데 아무도 안 보여

나: 미안, 오분만 기다려

로니: 알았어 빨리 와

나: 오케이, 노 프라블름

주차를 하려 빈자리를 찾았으나 지하 주차장이거나 공항과 너무 멀어서 우선 내가 먼저 내려서 로니 형을 데려오고 준형이는 차를 가지고 공항 근처를 돌기로 했다. 하필 내가 내린 곳은 게이트 A인데 로니 형이 있는 곳은 게이트 E, 끝에서 끝이었다. 부랴부랴 뛰어가서 게이트 E 에 도착했는데 휠체어에 앉아서 해맑게 웃고 있는 로니 형이 보였다. 한국에서 만나니까 얼마나 반갑던지 그리고 휠체어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까 맘이 짠했다. 두 달 전 허리 수술을 해서 회복 중이라 걸음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는 듯 보였다. 내가 휠체어를 밀고 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로니 형이 벌떡 일어나더니 가자고 한다 ㅡ,.ㅡ 이건 뭥미

 

준형이가 게이트 앞으로 도착했고 이내 로니 형을 보자 뛸 듯이 기뻐했다. 난 가끔 보는 사람이라 그냥 옛 친구 느낌인데 준형이는 어릴 적 우상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로니 형의 짐을 차에 다 싣고 내가 공항을 떠났고 준형이는 한 시간 후에 도착하는 호세 레이몬드 선수와 데이브 헨리 선수를 배웅하기 위해 공항에 남았다. 차에 타자마자 선글라스를 쓰더니 배고프단다. 비행기에서 밥 안 먹었냐고 물어보니까 밥을 줘서 먹었는데 스테이크 조그만 거 줘서 배고프다고 한다. 사실 로니 형이 한국에 오기 전에 딱 두 가지를 요구했었다. (1 맘껏 운동할 수 있는 헬스장에 매일 데려가기, 2 식사 맘껏 하기)

두 가지 모두 별로 어렵지 않은 요구였고 허리 수술로 회복 중인 상태라 운동을 못하기 때문에 식사는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건 나의 오판이었고, 이날 저녁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일들이 벌어졌다.

서울로 향하는 차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 자꾸 배가 고프다고 하길래 그럼 호텔 가서 체크인하고 밥 먹으러 가자고 하니까 혹시 호텔 가는 길에 식당이 없냐고 물어본다. 아~ 로니 형이 배가 많이 고팠나 보구나 생각하고 뭘 먹고 싶냐고 물어보니 고기를 먹고 싶다길래 내가 자주 가는 고깃집에 데려갔다. 추석 연휴를 앞둔 터라 차가 미친 듯 막혔지만 배고프다며 칭얼대는 로니 형에게 고기를 먹이기 위해 막힌 도로를 인내하며 고깃집으로 달렸다. 드디어 고깃집에 도착했고 고깃집 간판에 있는 고기들을 본 로니 형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좀 전에 공항에서 나를 만났을 때보다 훨씬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 고깃집으로 갈 때 동생 성진이에게 로니 형이랑 밥을 같이 먹을 거니까 시간 되면 오라 했었는데 이미 성진이는 도착한 상태로 우리를 맞았다. 우리 셋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는데 로니 형은 진짜 번개 같은 속도로 고기를 흡입했다.

 

성진이는 로니 형과 같이 식사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 얼얼한 표정으로 식사를 건성건성 하면서 로니 형만 쳐다봤고 나는 고기를 굽느라 정신이 없었다. 로니 형은 다 익은 고기를 집더니 한번, 두 번 씹고 바로 삼켰다. 그렇게 소고기 1.2 키로를 한 번에 비우고 환타 파인애플 맛을 한 병마저 비운채 세상 어느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운동을 쉬고 있는데도 참 많이 먹었다.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앞으로 먹을 음식의 양에 비하면 이건 연습 게임에 불과했다.

 

식사를 마치고 도산대로를 지나는데 앞쪽 길에 새로 오픈하는 피트니스 클럽 홍보를 위해 전단지를 돌리러 나와있는 트레이너들이 보였다. 왠지 재밌을 것 같아서 로니 형에게 저곳을 지나갈 때 창문을 열고 “Yeah Buddy!!”를 외쳐보라고 했다. 로니 형은 내 지시대로 트레이너들이 모여있는 곳 앞쪽에서 창문을 열더니 “예! 버디!”를 외쳤고 거리에 있었던 트레이너들은 갑자기 영문도 모른 체 들려온 “예! 버디!”가 들려온 곳을 쳐다봤다. 우리는 웃고 낄낄대면서 그곳을 지나쳤고 그 트레이너들이 로니 형을 알아봤는지 그냥 흑형이 “예! 버디!”를 외친 걸로 생각한 건지는 아직 궁금하다. 어쨌든 우리는 막히고 지루한 교통 체증으로 루즈한 기분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던 재밌는 장난이었다.

정말 끝없이 막히는 도로를 헤치고 잠실 롯데 호텔로 돌아와서 안도의 안 숨을 쉬며 차에서 짐들을 내리면서 준형이에게 전화를 걸어 호세와 데이브는 잘 도착했는지 물어보았다. 이제 호텔에 체크인만 시키고 방으로 보내면 로니 형은 오랜 비행으로 피곤해서 잠이 들어 오늘 일정은 끝이라는 생각으로 신나게 체크인을 하러 갔다.

 

체크인을 마치고 방으로 향하기 전에 클럽 라운지에 있는 과일들을 보더니 과일 좀 먹고 가자고 한다. 한 접시 가득 담은 수박과 포도를 담아오더니 재빨리 포도부터 털어 넣는다. 이내 포크로 능숙하게 수박에 붙은 씨를 골라내고 맛있게 과일을 먹었다. 수박씨를 발라내는 솜씨가 얼마나 능숙했는지 동영상 촬영을 하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였다. 한 접시 과일을 모두 비우고 방으로 향했고 나는 굿 나이트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메시지 보내라고 하고 호텔을 벗어나 호세와 데이브를 만나러 갔다.

조금 후에 이제 잘 거라고 로니 형에게 문자가 왔고 이제 안도할 수 있었다. 머지않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조금 전의 안도감은 아주 잠깐 동안이었다 ㅠㅠ

 

세 시간 후에 갑자기 로니 형에게 문자가 왔다. “배가 고픈데 이 근처에 먹을 거 있나?” 이렇게 말이다.

홀리 셋! 소고기 1.2킬로에 과일 한 접시 먹여서 재운 지 3시간 됐는데 어떻게 지금 이런 문자가 올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조금만 기다리라 했다. 어차피 호텔 근처로 가는 길이라서 치킨 두 마리를 사다가 잠실 롯데 호텔에 있는 로니 형 방으로 들렀다. 초인종을 누르자 로니 형은 들뜬 마음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나왔다. 밖에 나가서 먹는 줄로 알았던 것 같다.

내가 사 온 두 마리 치킨을 보여주며 여기서 먹으면 된다고 하니 시간이 줄었다고 신나 하면서 인심 쓰듯 치킨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내게 주면서 가져가서 먹으라며 했지만 혹시 모르니까 나중에 배고프면 먹으라고 남겨두고 왔다. 이렇게 로니 형의 한국 입성기는 끝이 났다.

PS: 만약에 그때 치킨 한 마리를 내가 가져왔다면 세 시간 후에 로니 형에게 배고프다고 연락 와서 또 밥을 먹으러 가야 했을지도 모른다.

 

다음 편은 호세와 데이브의 트레이닝과 불고기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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