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이쪽 계통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배우게 되었다. 난 유독 관심 분야에만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보디빌딩은 파고들면들수록 결국 성공의 열쇠는 유전자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깨닫는다. 주변에 운동을 인생의 모든 것 인 것처럼 심각하게 생각하는 선후배 친구들을 보고 내 생각을 이야기하면 동의하지 않고 스스로 가능하다는 무한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물론 자신감이 나쁜 게 아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자신감보다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보디빌딩이란 운동은 노력과 의지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사람들은 우사인 볼트가 했던 트레이닝을 똑같이 한다고 해서 우사인 볼트처럼 달리기를 잘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보디빌딩도 마찬가지다. 탑 보디빌딩 선수들이 하는 걸 똑같이 한다 해도 절대 그들처럼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가 보는 외국 프로 선수 들는 진짜 근육 기계들이다. 조금 과장하면 숨만 쉬어도 근육이 자라나는 수준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고 올림피아 수준에서는 그냥 유전자의 싸움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아무리 노력을 한다 한들 절대로 넘기 어려운 벽이 있는데 그게 유전자라는 벽이라 생각한다.

TOP Class 선수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마니아만 되어도 운동 열심히 안 하는 사람 없고 영양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다. 노력에 관한 차이는 미미할 뿐 오히려 너무 자신을 극한으로 몰았을 때 몸상태가 무조건 나아지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매번 극하게 자신을 밀어붙이는 운동이나 영양을 반복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전해 나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운동이나 영양에 관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과정을 이기기보다 운동을 즐기면서 자유롭게 할 때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처럼 몸이랑 직접적인 관계가 아닌 멘탈적인 부분에서도 같은 방식을 주입했을 때도 결과가 차이가 나는데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몸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유전자는 어떻겠는가.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유전적 자질이 없는 사람들은 선수로서 안되니까 도전하지 말고 그만 두라는 게 아니다. 자신이 정말 최선의 노력을 했더라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았으면 한다. 이게 현실이니까….

운동을 정말 좋아하고 열정이 있다면 시합에서 성적으로 이기려는 방법만 생각하지 말고 이 운동을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면 더 좋을 거 같다. 본인이 운동선수라면 운동선수로서의 지금 짧은 명예와 영광보다는 운동선수 이후의 인생이 훨씬 길고 더 중요하단 사실을 알면 좋겠다. 운동선수 시절 박수와 갈채를 받아도 무대에서 내려온 순간 남들에게 손가락질받는 인격을 가진 선수보다는운동 성적을 떠나서 열심히 노력하고 즐기는 좋은 인격을 가진 선수에게 더 많고 좋은 기회가 올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다. 내가 조건 없이 누군가를 도울 역량이 되는 사람이 된다면 나라도 후자를 택할 테니까. 운동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만큼 본인들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한 번만 생각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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